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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묵상

시편 131편 묵상

by 서래후작 2023. 11. 27.

개역개정 시편 131편

1. 여호와여 내 마음이 교만하지 아니하고 내 눈이 오만하지 아니하오며 내가 큰 일과 감당하지 못할 놀라운 일을 하려고 힘쓰지 아니하나이다
of degrees of David. LORD, my heart is not haughty, nor mine eyes lofty: neither do I exercise myself in great matters, or in things too high for me. 
2. 실로 내가 내 영혼으로 고요하고 평온하게 하기를 젖 뗀 아이가 그의 어머니 품에 있음 같게 하였나니 내 영혼이 젖 뗀 아이와 같도다
Surely I have behaved and quieted myself, as a child that is weaned of his mother: my soul [is] even as a weaned child. 
3. 이스라엘아 지금부터 영원까지 여호와를 바랄지어다
Let Israel hope in the LORD from henceforth and for ever. 

 


 

 

시편은 영혼의 해부도이다. 2023년 11월 26일 밤에, 혼자 방에서 어떤 목사님의 설교를 듣다가 시편 131편 1절 말씀을 보고 내 속의 답답함이 모두 풀어졌다. 

 

나는 이날 저녁까지만 해도 마음이 많이 낙심이 돼 있었다. 나는 서른살 초반부터 중반까지 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손을 대는 것마다 실패를 맛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준거집단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열패감과 열등감이 나를 짓눌렀다. 

 

내가 실력이 아예 없어서 내가 바라보는 이상향에 갈 수준이 없었으면 상관이 없다. 항상 문턱에서 미끄러지는 일이 반복됐다. 면접까지는 갔으나, 끝내 그 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사회에 첫 진출을 했을 때, 소위 대기업에서 인턴을 하고, 그 이후에 했던 소소한 아르바이트들도 좋은 기업들에서 했다. 첫 정규직 직장 역시 나름 규모가 큰 회사였다. 

 

그런데 방향을 잘못 선택했던 것일까, 어떤 회사에 들어갔다가 나오고 나서부터 광풍과도 같은 시간을 겪었던거 같다. 그 일련의 일들이 지나가고나서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많이 약해졌다. 지금 있는 직장도 실은 감사한 환경이지만, 내 눈과 마음이 워낙에 높고 교만해서 만족을 하지 못했다. "나는 더 좋은 곳에 있어야 하는데, 왜 이곳에서 세월을 썩히고 있습니까?" 라는 원망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려고 한다(아니 터져나왔다. 여러번). 

 

여기서 잠깐, 감사할 것을 정리해 보자. 실은 지금 있는 직장도 하나님이 제공하신 좋은 기반이다. 내가 서른 중반을 넘어갈때 실직 백수로 있었지만, 하나님은 놀랍게도 이 직장으로 인도하셨다. 일은 편하고, 나름 존중도 받고 있다. 내가 나를 존중 못해서 문제지. 또 연봉도 1년 만에 20% 넘게 인상을 이뤄냈다. 그래서 실은 경제적으로는 많이 풍족해졌고, 그렇게 모은 시드로 주식 투자로 돈을 꽤 만졌었다(지금은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지만 여전히 수익 구간이다. 주식은 사람을 겸손하게 한다). 

 

다시 돌아와서, 나는 낙심이 많았다. 내가 원하는 직장과 커리어를 쌓지 못했다는 생각이 나를 짓눌렀다. 그런데 오늘 이 시편 말씀이 내 마음을 크게 위로해줬다. 유다왕국의 임금인 다윗의 고백이다. 내 마음이 교만하지 않을 것이며, 내 눈이 오만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감당치 못할 큰 일을 하겠다고 까불지 않겠다. 그런 것에 노력을 기울이지도, 애쓰지도 않을 것이다. 

 

난 내 자아 너무 높고 교만해서, 그 교만의 근거가 될 인생의 성공을 바랬던 것 같다. 그런데 하나님이 그걸 허락하지 않으셨다. 아니 어쩌면 연기 시키셨는지도 모른다.(이렇게 첨언하며 내 마음에 여전히 성공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것을 느낀다). 

 

왕인 다윗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 분수를 넘지 않고 하나님이 허락해준 환경에서 겸손하게 수그리고 살겠다고 고백한다. 내가 왜 이렇게 발버둥치고 있을까. 쓸 돈과 먹을 양식이 풍족하고, 잠잘 집이 있고 타고 다닐 차도 있는데.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에서 겸손함을 훈련하는 2023년 11월과 12월이 돼야겠다. 올해 이룬 것 역시 거의 없지만, 겸손 하나를 남기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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