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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와구치코 호텔에서 후지큐 하이랜드까지(2023년 6월8일~9일)

by 서래후작 2023. 9. 4.

닛코에서 신주쿠로 돌아오는 JR특급을 타고, 신주쿠에 도착하자마자 '바스타신주쿠'로 달려갔다. 거기서 가와구치코까지 가는 고속버스를 예매해야했다. 한국에서 호텔을 모두 예약하고 왔기 때문에 이날 중으로 가와구치코 호텔로 체크인을 해야만 했다. 지금 생각하면 무대포처럼 일정을 잡았다. 

 

신주쿠에 도착한게 저녁 7시 정도였다. 그런데 가와구치코로 가는 고속버스는 7시 30분 표가 있었다. 내가 가서 표를 예매하니 '마지막 한자리'였다고 한다. 만약 그 표를 예매하지 못했으면 이미 아고다로 예약한 호텔은 체크인도 못해보고 날아가버리는 것이었다. 하나님이 도왔다고 생각한다. 이번 여행의 기적은 몇가지 더 있다. 아래에 소개한다.

 

한밤중에 가와구치코에 도착했다. 버스정류장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가와구치코호텔(아고다에는 '카와구치코 호텔-Kawaguchiko hotel'로 돼 있다)'에 도착했다. 이 호텔은 천황도 방문했던 유서깊은 호텔이다. 

 

로비에 들어오자 눈썹을 길게 늘어뜨린 할아버지 지배인이 마중을 나왔다. 잠을 자기 전이었던거 같다. 체크인하겠다고 하니 놀란다. 뭔가 잘못됐나 걱정을 했는데, 찾아보니 내 예약 리스트가 있었다. 

 

호텔은 사진으로 보면 깔끔해보이지만, 시설이 몹시 낡았다. 쇼와시대때 지어진 호텔이니 거의 100년이 됐을 것이다. 오래된 건물 카펫에서 나는 습한 냄새가 올라왔다. 

 

역시나 이 동네도 딱히 밤에 문 여는 식당이 없다. 여행은 식도락이 중요한데, 편의점에 가서 UFO컵라면을 샀다.

 

이렇게 소스를 뿌리며 비벼먹는거다. 어떤 일본인은 자기도 이 라면을 제일 좋아한다고 했다. 라면 이름이 기억 안난다. 

 

밤 늦게 나 홀로 호텔을 탐험해 봤다. 소년탐정 김전일에서 본듯한 외딴 산장에 와 있는 기분이다. 묘하게 기분이 불쾌하면서도 재미있다. 

 

모든 것이 낡았다. 소파도 언제적에 샀는지 디자인이나 색감이 너무 구리다. 그래도 이런 호텔은 오래된 맛으로 오는 것이지.

 

호숫가에 있는 호텔이기 때문에 6월달인데도 밤에는 쌀쌀하다. 겨울에 다시 한번 와 보고 싶다. 난로가 있다. 겨울에 오면 장작 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이건 아침에 찍은 사진.

 

다시 한번 로비를 시원하게 찍어봤다. 밖에는 밤새도록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안된다. 나는 이날 후지큐하이랜드를 10만원 가까운 거금을 지불하고 놀러왔단 말이다. 사실 가와구치코까지 온 것은 후지큐하이랜드 때문이지, 이런 낡은 호텔에서 숙박하기 위한 목적  따윈 없었다.

 

정말 낡았다. 이런건 무슨 풍이라고 해야하나. 

 

밤에는 건너편에도 불빛들이 아름답게 퍼져나갔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비내리는 호숫가도 절경이다. 

 

호텔 조식이다. 맛있게 먹었다. 특히 저 고등어 구이. 입에서 녹는다. 고시히카리 쌀밥과 함께 고등어가 입에서 하모니를 울렸다. 전날 저녁 제대로 된 식사를 못했던 터라, 맛있게 먹었다. 김은 한국김이 더 맛있다.

 

스끼야끼?

 

다시 밥을 먹고 호숫가를 구경했다. 이때가 오전 8시쯤, 호텔에서 가와구치코 정류장까지 승합차로 데려다 준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이러면 놀이기구를 제대로 못 탈 텐데.

 

 

후지큐하이랜드 앞에 도착했다. 이때까지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내 앞에 서양인 가족 10여명이 와있었는데, 비가 내리자 차를 타고 돌아갔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입장은 되지만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에는 놀이기구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어차피 여기 다시 올 일도 없으니 오늘 내가 구매한 티켓을 소진해야 했다. 하나님께 기도했다. 비를 그쳐 달라고. 지금부터 하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 정확히 놀이공원 오픈 시간인 오전 9시에 비가 완전히 그쳤다. 

 

아직도 먹구름이 껴 있었지만 빗발은 서서히 사라졌고,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부푼 마음을 안고 놀이공원에 입성했다. 전세계 롤러코스터중 4대 절규머신을 타기 위해 여기까지 비행기를 타고, 기차와 버스를 타고 왔다. 

 

후지큐하이랜드 안에 있는 전율미궁.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왔던 곳이다. 실제로 귀신이 출몰한다고 한다. 전율미궁은 최대 4인 1조로 구경할 수 있다. 문제는 1명이서 들어가도 4인분 가격을 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4명의 팀을 완성시켜서 갈수록 가격 방어가 된다. 나는 혼자 이곳에 왔다. 그러나 뜻있는 자에게 길이 있다고 했다.

 

3명의 싱가포르인이 예매기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바로 친근하게 접근해서 함께 갈 수 있는지 물었다. 이들은 내가 합류함에 따라 3빵했어야될 가격이 4빵으로 절약된다. 당연히 나를 환영했고, 1시간 후 예약된 시간에 전율미궁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전율미궁 안으로 들어가면 로비가 나온다. 로비 천장에 목매달고 죽은 인형이 걸려있다.

 

s23울트라 렌즈로 줌을 당겨서 찍었다. 삼성의 기술력에 싱가포르인들이 감탄했다. 

 

끝나고 나오면 전율미궁 직원들이 제사드리는 신단이 나온다. 실제로 귀신들이 많이 출몰해서 여기다가 동전을 던지고 오늘은 나타나지 말아달라고 빈다고 했다. 솔직히 전율미궁이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다른 곳에서 더 무서운 유령의 집도 가봤다. 그저 그랬다. 

 

계속해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4대 절규머신은 모두 탔다.

 

모스버거에서 후지큐 시그니처 메뉴도 먹어줬다. 솔직히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별로 맛이 없었다. 

 

대관람차도 탔다. 저 멀리 구름에 감춰졌던 후지산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롤러코스터를 타다 지쳐서 토마스 열차도 타러 왔다. 잠시 이곳에서 동심을 찾으며 휴식을 보냈다. 도쿄로 돌아가면 무엇을 할 것인지도 머리 속에서 정리했다.

 

꿈만 같았던 놀이공원의 즐거움을 뒤로 하고 도쿄로 올라가기로 했다. 빨리 가서 체크인을 하고 밤에 나가서 술을 한잔 할 것이다. 

 

다시 도쿄에 도착했다. 신주쿠에서 캡슐호텔을 예약한 시부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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