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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닛코 주젠지 호수까지 가는 길 (2023.6.7)

by 서래후작 2023. 7. 24.

닛코 도쇼구를 보고 예약을 한 호텔이 있는 주젠지 호수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이게 얼마나 큰 실수인지는 몇 시간 후 알게 됐다.) 구글 맵을 보면서 금방 갈 줄 알았지. 

 

그런데 구글 맵이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비밀이 몇가지 있었다.

주젠지 호수는 해발 1200미터 이상되는 산 위에 위치해 있다. 그러니까 1200미터 산을 등산해야된다는 소리이다. 대충 구글 맵으로 위치와 거리 정도만 계산했기 때문에 걸어갈 수 있을 줄 알았다.

 

마지막 비밀은 구글맵의 착시효과다. 도쇼구에서 주젠지까지 올라가는 도로는 꼬불꼬불 산길을 굽어가게 돼 있다. 그런데 대충 구글맵으로 보면 그게 직선으로 표시돼 있는데, 줌을 땡겨 보면 꼬불꼬불꼬불 거리가 10배 넘게 늘어난다.

 

아래는 예시.

바로 저 빨간 원으로 친 부분... 구글맵으로 대충 보면 직선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런데 확대해서 보면 

 

이렇게 산길 도로를 꼬불꼬불 올라가야한다.....  

나는 몇푼 아끼기 위해 버스 패스를 끊지 않은게 엄청난 실수라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어쨌든 도쇼구에서 출발했다.

 

 

도쇼구에서 주젠지 방향으로 걸어가다보면, 웬 일본풍 저택 한채가 서 있다. 

바로 닛코 타모자와 어용저 기념공원(Nikko Tamozawa Imperial Villa)이다. 천황가의 별장 같은 곳이랄까?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저택광인 내 입장에선 구경을 아니할 수 없었다. 

 

저택 내부는 미로처럼 복잡하다. 바닥은 일본 다다미가 깔려 있고 정원도 아주 잘 관리돼 있다.

 

병풍? 이라고 해야하나. 중국풍 궁녀들을 그린 그림들이 전시돼 있다. 

 

 

거문고도 타고 바둑도 둔다. 

 

미녀들.

 

대충 천황이 앉던 옥좌인거 같다. 아마도 다이쇼 천황이 썼던 걸로 설명서에서 읽었던거 같다. 

 

천황가의 별장은 똥간도 품위있다. 그런데 대변기는 별로 편해보이진 않는다. 화장실에마저 깔려 있는 다다미들. 오줌을 잘 털어야 될거 같다. (물론 여기는 관광객이 사용 못하고 구경용이기 때문에 펜스가 쳐져 있다. 난 펜스 밖에서 사진 찍었음. 

 

대충 천황이 잠자는 방이었던 걸로 기억. 

 

2층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이다. 지붕들이 정갈하다. 

 

국화는 천황가의 상징이다. 

 

이것 역시 밖에서 찍은 풍경. 잔디 관리가 잘 돼 있다. 

안에서는 엽서를 기념으로 샀다.

 

아름다운 저택 구경을 마치고 주젠지 호수를 향해 다시 걷기 시작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즐거웠다.

 

대략 2시간 정도가 지난 후다. 등에는 15kg 배낭(노트북도 들어있음)을 짊어지고 땡볕에서 계속해서 걸었다. 

구글 맵을 이때 확인해서 저 꾸불꾸불한 산길이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그러나 주변에는 버스 정류장이 없다. 

나는 이때부터 엄지를 내밀고 혹시 모를 히치하이킹을 노리며 계속해서 걸었다.

 

지나가다 발견한 식수대. 

개처럼 달려들어 마셨다. 진짜 상황이 심각하다는걸 느끼고 있었다. 탈수 상태였는데 목을 축이고, 과연 내가 오늘 저 산을 올라갈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인생에 남을 음수 

 

결국 걷긴 걸었는데, 다시 1시간을 더 걷다가 거의 울기 직전에 내려오는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 기사는 호텔까지 5000엔을 불렀다. 

택시들 관광객 눈탱이 치는건 조선이나 일본이나 비슷하다.

 

어찌저찌 도착한 료칸 호텔. 

호텔 이름은 오쿠 닛코 시키사이 호텔(四季彩). 

일본 여행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호텔이다. 

다다미 방에서 한번 자보고 싶었다. 

 

대충 방에 있던 웰컴 모찌. 

배고파서 바로 까먹음. 

 

호텔 로비에는 무료 음료수들이 있다.

주스부터 와인에 맥주, 니혼슈까지 모두 무료다. 

 

콜드브루중. 

 

녹차도 있다.

 

객실 안 화장실도 목재 바닥으로 돼 있어 편안한 느낌을 줬다.

 

어메니티는 다회용으로 구비돼 있다.

 

변기 칸의 바닥 마감재를 보며, 아까 보고 온 천황가 똥간이 생각났다. 

 

현관에서 바라본 내가 잠잘 다다미방. 코타츠도 있다. 겨울에 오면 재밌을거 같다.

 

내 여행의 진짜 목적인 주젠지 호수를 제대로 못봐서 호텔에서 다시 나왔다.

택시를 타고 바로 호텔로 와버렸다.

다행히 주젠지 호수까지 버스가 있어서 버스를 타고 갔다. 중간에 걸어가면서 찍은 SUV차량. 

 

평화로운 주젠지 호수 마을. 

사람이 없다. 문을 연 식당도 없다. 

진짜 난감하다.

 

일본인들이 가장 일본에서 아름다운 곳이 닛코 주젠지 호수라고 말하던데, 그 말이 사실인거 같다. 

홀린 듯이 구경했다.

 

무엇을 낚고 계십니까.

 

G7 닛코? G7회의를 여기서 했나 설마?

 

배가 고파서 사먹은 빵. 일본은 편의점 빵도 굉장히 맛있다. 

 

원숭이가 막 돌아다녀. 

인간과의 거리감이 있는데 조심해야될거 같다.

물론 싸우면 내가 이긴다. 

그런데 굳이 다칠 필요는 없잖아. 

 

해가 지기 시작했다. 

호텔로 돌아가서 온천욕을 할 생각을 하니 여행을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말했지만 주젠지 호수는 해발 1200미터다.

6월인데도 불구하고 가을처럼 서늘한 바람이 분다. 

온천할 맛이 난다.

 

호텔로 돌아오며 찍은 라이트킨 버스. 

뭔가 몽환적이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영감은 닛코에서 얻은게 아닐까?

 

 

호텔로 돌아오니 저녁 만찬이 한참이었다. 

난 그놈의 10만원 아끼고 밖에서 먹으려고 예약 안하고 마을까지 간거였지만, 식당이 단 한군데도 없어서 빵만 사먹고 왔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야밤에 온천욕이 일품이다.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딱 한장만 찍었다. 

 

다음날 아침 조식. 

밥이 맛있었다. 고등어가 입에서 녹았다.

 

로비에 앉아서 커피 한잔하며 유튜브를 봤다.

 

주젠지 호수에서 다시 닛코역으로 돌아왔다. 

 

 

부모님 선물을 사기 위해 꿀집에 들어옴. 

로얄젤리랑 프로폴리스가 들어있는 가장 비싼 꿀을 샀다. 

여행 내내 방해가 되는 무게였지만 기념품을 여기서 안사면 도쿄의 뻔한 물건들을 살거 같아서 질러버림.

 

일본 하면 네코다. 

고양이 두마리가 엎어져서 놀고 있음.

 

신주쿠로 돌아가는 JR특급을 탔다.

닛코역에서 와규 도시락을 샀는데, 고기가 소금덩어리처럼 짜다. 

모든 일본 음식이 맛있는건 아닌가보다.

얼마 못먹고 버렸다.

 

 

닛코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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