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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묵상

시편 34편 묵상

by 서래후작 2023. 11. 23.

개역개정 시편 34편 <다윗이 아비멜렉 앞에서 미친 체하다가 쫓겨나서 지은 시>

1. 내가 여호와를 항상 송축함이여 내 입술로 항상 주를 찬양하리이다
I will bless the LORD at all times: his praise [shall] continually [be] in my mouth. 
2. 내 영혼이 여호와를 자랑하리니 곤고한 자들이 이를 듣고 기뻐하리로다
My soul shall make her boast in the LORD: the humble shall hear [thereof], and be glad.
3. 나와 함께 여호와를 광대하시다 하며 함께 그의 이름을 높이세
O magnify the LORD with me, and let us exalt his name together.
4. 내가 여호와께 간구하매 내게 응답하시고 내 모든 두려움에서 나를 건지셨도다
I sought the LORD, and he heard me, and delivered me from all my fears.
5. 그들이 주를 앙망하고 광채를 내었으니 그들의 얼굴은 부끄럽지 아니하리로다
They looked unto him, and were lightened: and their faces were not ashamed. 
6. 이 곤고한 자가 부르짖으매 여호와께서 들으시고 그의 모든 환난에서 구원하셨도다
This poor man cried, and the LORD heard [him], and saved him out of all his troubles.
7. 여호와의 천사가 주를 경외하는 자를 둘러 진 치고 그들을 건지시는도다
The angel of the LORD encampeth round about them that fear him, and delivereth them.
8.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 그에게 피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O taste and see that the LORD [is] good: blessed [is] the man [that] trusteth in him.
9. 너희 성도들아 여호와를 경외하라 그를 경외하는 자에게는 부족함이 없도다
O fear the LORD, ye his saints: for [there is] no want to them that fear him.
10. 젊은 사자는 궁핍하여 주릴지라도 여호와를 찾는 자는 모든 좋은 것에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The young lions do lack, and suffer hunger: but they that seek the LORD shall not want any good [thing].
11. 너희 자녀들아 와서 내 말을 들으라 내가 여호와를 경외하는 법을 너희에게 가르치리로다
Come, ye children, hearken unto me: I will teach you the fear of the LORD.
12. 생명을 사모하고 연수를 사랑하여 복 받기를 원하는 사람이 누구뇨
What man [is he that] desireth life, [and] loveth [many] days, that he may see good?
13. 네 혀를 악에서 금하며 네 입술을 거짓말에서 금할지어다
Keep thy tongue from evil, and thy lips from speaking guile.
14. 악을 버리고 선을 행하며 화평을 찾아 따를지어다
Depart from evil, and do good; seek peace, and pursue it.
15. 여호와의 눈은 의인을 향하시고 그의 귀는 그들의 부르짖음에 기울이시는도다
The eyes of the LORD [are] upon the righteous, and his ears [are open] unto their cry.
16. 여호와의 얼굴은 악을 행하는 자를 향하사 그들의 자취를 땅에서 끊으려 하시는도다
The face of the LORD [is] against them that do evil, to cut off the remembrance of them from the earth.
17. 의인이 부르짖으매 여호와께서 들으시고 그들의 모든 환난에서 건지셨도다
[The righteous] cry, and the LORD heareth, and delivereth them out of all their troubles.
18. 여호와는 마음이 상한 자를 가까이 하시고 충심으로 통회하는 자를 구원하시는도다
The LORD [is] nigh unto them that are of a broken heart; and saveth such as be of a contrite spirit. 
19. 의인은 고난이 많으나 여호와께서 그의 모든 고난에서 건지시는도다
Many [are] the afflictions of the righteous: but the LORD delivereth him out of them all.
20. 그의 모든 뼈를 보호하심이여 그 중에서 하나도 꺾이지 아니하도다
He keepeth all his bones: not one of them is broken.
21. 악이 악인을 죽일 것이라 의인을 미워하는 자는 벌을 받으리로다
Evil shall slay the wicked: and they that hate the righteous shall be desolate. 
22. 여호와께서 그의 종들의 영혼을 속량하시나니 그에게 피하는 자는 다 벌을 받지 아니하리로다
The LORD redeemeth the soul of his servants: and none of them that trust in him shall be desolate. 

 


 

아기스 앞에서 미친척 하는 다윗.

 

시편 34편은 다윗이 블레셋 왕 아비멜렉(이는 사람 이름이 아니라 블레셋 민족 왕의 칭호로 알려져 있다) 앞에서 미친체를 하다가 쫓겨나서 지은 시이다. 시편 주석에는 아비멜렉 앞에서 미친체 하였다고 나와있지만, 이 사람은 가드 왕 아기스이다. 

 

사무엘하 21장 10절을 보면 다윗이 사울을 두려워하여 가드 왕 아기스에게로 도망갔다고 나와 있다. 다윗은 불과 몇 년 전에 가드를 비롯한 블레셋 다섯 연맹 도시(가사, 아스돗, 아스글론, 가드, 에글론)의 영웅 골리앗을 돌팔매로 쳐 죽였었다. 일약 스타가 된 다윗 때문에 이스라엘에서는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라는 유행가까지 퍼진다. 

 

얼마나 유명한 노래였던지, 이 노래는 블레셋에서도 알려진다. 사무엘하 21장 11절을 보면 아기스의 신하들이 도망 온 다윗을 보고 "이는 그 땅의 왕 다윗이 아니니이까. 무리가 춤추며 이 사람의 일을 노래하여 이르기를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 하지 아니하였나이까"라고 아기스에게 고한다. 

 

어렸을 때는 이 이야기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이스라엘의 철천지 원수이자 다윗 그 자신도 미워하고 경멸했던 할례받지 못한 블레셋 민족에게로 도망을 갈 수가 있나? 심지어 다윗은 블레셋을 상대로 한 전쟁의 영웅이었다. 원수를 피해서 원수에게로 도망을 간 것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다시 이 말씀을 읽어보니 인생을 살다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환경 가운데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내가 의의 길을 위해 온 힘을 쏟았고 내 가장 귀한 청춘의 시간을 갖다 바쳤는데도, 그렇게 헌신했던 조직과 이념과 사람들에게서 배신을 당하고, 내가 그들을 위해 맞서 싸웠던 적들에게 생명을 의탁하는 상황 말이다. 그럴 일이 어떻게 가능하겠냐고 되묻는다면 인생을 덜 살았거나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으로 그런 험한 꼴을 당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살다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환경에 선택의 권한이 없이 굴러 떨어질 때가 있다. 

 

나 역시 그랬던 적이 있다. 실직한 후 나와 이념적으로 맞지 않는 조직에 이력서를 써서 면접을 보러갔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조직과 대항해 싸웠던 내 과거 이력 때문에 면전에서 힐난만 당하고 나왔다. 

 

다윗은 아기스의 신하들의 말을 듣고 심한 두려움을 느낀다. 그는 곧바로 행동을 변하여 미친 체하고 대문짝에 그적거리며 침을 수염에 흘려댔다. 

 

다윗이 블레셋까지 온 것은 자기 의지로 왔지만, 나가는 것은 자기 뜻대로 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도망가려는 자를 붙잡기 마련이다. 공포 영화를 보더라도, 흉악범과 같은 장소에 있게 되면, 자기 의지로 그 장소를 걸어나올 수 없고 흉악범의 눈치를 살피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다윗은 성공적으로 미친 체 하여서 그곳을 떠나 아둘람 굴로 도망가게 된다. 

 

시편 34편은 그 직후에 지은 시이니 얼마나 그 내용이 아이로니칼 한가? 하나님을 향한 원망이 터져나와도 되지만, 1절부터 찬양이 터져나온다. 내친 김에 3절까지 찬양을 퍼붓는다. 

 

4절부터 8절까지는 아기스에게서 벗어난 안도감과, 그 탈출을 성공적으로 도우신 하나님을 송축한다. 

 

34편은 전체적으로 어떠한 탄원도, 원망도 들어가 있지 않다. 하나님을 향한 찬송과 의인이 마땅히 해야할 일들을 강조하고 선언하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왜 내가 이런 상황에 처했습니까?", "왜 당신은 나를 더 좋은 곳으로 인도해 주지 않습니까?", "할례받지 못한 블레셋인들에게 피하는 치욕까지 당하게 하시고, 기껏 인도하시는 곳이 아둘람굴입니까?"

 

나라면 이렇게 하나님을 원망했을 것이다. 실제로 난 저런 원망을 하고 살았다. 그러나 다윗은 하나님을 경외하고 담담히 스스로에게 "네 혀를 악에서 금하며 네 입술을 거짓말에서 금하라"고 명령한다. 다윗도 마음 가운에 입을 열어 하나님을 향한 원망을 쏟아내고 싶은 유혹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감정을 묵상하지 않고 '선제적'으로 찬송으로 자신의 감정을 타격한 이후 앞서 있었던 부정적인 감정을 훈계하는 것이다. 

 

다윗은 하나님께서 의인을 건지실 것이고, 그 뼈를 하나도 꺾이지 않게 보호하실 것이라고 예언적 선포를 한다. 그러나 지금 다윗이 처한 상황은 그 어느것 하나 개선되지 않은 '아둘람굴'이다. 앞으로 몇 년을(실제로는 광야 10년) 더 고생하게 될지 다윗은 모른다. 그러나 하나님의 선하심을 왕궁에서 동굴로 추락한 상황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선포하고 믿음을 지키고 있다. 

 

하나님은 다윗의 그 기도에 신실하게 응답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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